伊豆の踊子 (川端康成) / Dancing Girl in Izu (Yasunari Kawabata)

道がつづら折りになって、いよいよ天城峠(あまぎとうげ)に近づいところ、雨足が杉の密林を白く染めながら、すさまじい早さで麓(ふもと)から私を追って来た。

길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드디어 아마기고개에 가까워졌다했을 때, 빗자락이 전나무숲을 하얗게 물들이며 무섭게 빠른 속도로 산기슭에서 나를 쫓아왔다.

언젠가 유럽의 흑백영화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것이 기억이 난다. 땅거미가 깔린 전나무 숲에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오히려 빗물이 밝은 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드름이 하루가 다르게 이마에 생기던 중학교 시절에 읽었던 “설국(雪國)”과는 달리 “이즈의 무희”는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읽었다.

아직 카와바타 선생의 모든 소설을 읽어 본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설국”과 “이즈의 무희”의 도입 부분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사춘기 여드름 중학생이 읽어도 기차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 갑자기 반대쪽 출구로 나오자마자 “여기는 설국이다”란 느낌을 단번에 떠 올릴 수 었었으니 그의 “공감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난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즈의 무희”의 도입부를 읽는 순간, 특히 “전나무숲을 하햫게 물들이며 무섭게 빠른 속도로 산기슭에서 나를 쫒아왔다” 는 읽고있는 나로 하여금 거대한 산의 중턱에서 바라본 비가 내리기 시작한 전나무숲의 장관을 쉽게 공감하게 했다.

혹시 어렸을 적의 그 영화가 가져다 준 고마운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난 이 책을 덮자마자 구글에서 비슷한 영화를 모두 검색해 봤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원래 검색이라는 것이 어떤 화두를 갖고 시작했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된 다른 검색결과를 즐기게 되는 요지경이지 않은가? 그래서 몇시간 찾다가 아마 일본 어떤 사이트의 “이즈 여행” 상품을 종착역으로 끝맺음을 하게되었다.

비가 하얗게 전나무를 물들이고 빠른 속도로 나를 쫒는 이 장면…  정말 너무나도 멋진 표현이지 않는가? 역시 노벨 문학상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만든다.

참고로 Youtube에 올라가 있는 1992년의 동명영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의 글을 끝맺음 하려한다. 1편만 올리니 나머지는 각자 찾아 보시길. (영화의 1:12 부분에 소설이 도입부가 내가 봤던 그 흑백 유럽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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